폐는 침묵한다. 폐암 통증, 폐 때문이 아니었다? 폐에 통증 수용체가 없는 충격적인 과학적 진실
인간의 폐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장기이지만, 놀랍게도 폐 자체에는 통증을 감지하는 통증 수용체(Nociceptors)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폐는 손상되거나 질병이 발생해도 초기에는 아무런 통증 신호를 보내지 않아 ‘침묵의 장기’라고 불립니다. 많은 사람이 흉통을 느낄 때 폐에 문제가 생겼다고 오인하지만, 실제 통증의 근원은 폐 외부의 구조물인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폐암 환자들이 겪는 극심한 통증 역시 폐 자체의 손상 때문이 아닙니다. 통증은 암세포가 성장하면서 폐를 둘러싼 벽쪽 흉막(Parietal Pleura)이나 흉벽, 갈비뼈, 또는 주변 신경 다발 등 통증 수용체가 풍부한 조직을 물리적으로 침범하거나 압박할 때 비로소 발생합니다. 이로 인해 폐암 관련 통증은 일반적으로 병기가 상당히 진행된 후에 나타나는 주요 증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폐의 통증 수용체 부재는 폐암의 조기 진단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 중 하나입니다. 통증이 없는 상태에서 기침, 호흡곤란 등 비특이적인 증상만 나타나기 때문에, 정기적인 저선량 흉부 CT 검진 등을 통해 통증 발생 이전에 질병을 발견하는 것이 폐암 치료의 성공률을 높이는 핵심으로 분석됩니다.

폐 자체는 왜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가?
폐는 통증 수용체가 희박한 내장(Visceral) 기관의 특성을 가집니다. 통증 수용체는 주로 피부, 근육, 뼈, 그리고 장기를 둘러싼 막(예: 벽쪽 흉막)에 분포하여 외부 자극이나 내부 손상을 감지합니다. 폐의 주요 기능은 가스 교환이며, 폐 실질(Lung Parenchyma)과 폐를 직접 덮고 있는 내장 흉막에는 통증 수용체가 거의 없어 절개나 염증에도 직접적인 통증을 느끼지 못합니다.
이러한 특성은 폐암이 상당 기간 동안 ‘무증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과학적 배경이 됩니다. 폐에 종양이 생겨도 폐 조직 자체는 고통을 호소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는 암이 커져 기관지를 막거나 폐 기능을 저하시키는 호흡기 증상(기침, 객혈, 호흡곤란)을 통해서만 이상을 감지하게 됩니다. 따라서 폐암 진단 시 통증이 동반된다면, 이는 암이 폐를 넘어선 주변 구조물로 전이되거나 침범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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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통증의 진짜 원인: 주변 조직과 신경 침범
폐암 환자가 경험하는 흉통은 대부분 암세포가 폐 주변의 통증 민감 구조물을 침범하여 발생합니다. 폐를 둘러싼 흉막 중에서도 가슴벽 안쪽에 붙어 있는 벽쪽 흉막(Parietal Pleura)은 수많은 통증 수용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암이 이 벽쪽 흉막을 침범하면 날카롭고 국소적인 흉통을 유발합니다.
또한, 암이 흉벽의 갈비뼈나 척추뼈로 전이되거나 침범할 경우에도 극심한 통증이 발생합니다. 특히 폐 상부에 위치한 종양(판코스트 종양)은 어깨, 팔, 손으로 이어지는 상완신경총을 압박하거나 침범하여 팔과 어깨 부위에 심한 신경통을 유발합니다. 이러한 통증은 일반적인 근육통이나 관절통과 달리 지속적이며 밤에 더욱 심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통증의 발생은 폐암의 진행 정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며, 통증 관리 역시 폐암 치료의 중요한 부분이 됐습니다.

흉통과 폐암 통증,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흉통은 근골격계 문제, 심혈관 문제, 소화기 문제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폐암으로 인한 통증은 이와 구별되는 특징을 가집니다. 폐암으로 인한 흉통은 보통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둔한 통증이거나, 혹은 암이 벽쪽 흉막을 침범했을 때 발생하는 날카로운 통증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기침을 하거나 심호흡을 할 때 통증이 더욱 악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심장 문제로 인한 통증(협심증 등)은 주로 압박감이나 쥐어짜는 듯한 양상을 보이며 활동 시 악화되고 휴식 시 완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골격계 통증은 특정 자세나 움직임에 따라 통증이 유발되거나 완화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폐암 통증은 진통제로도 쉽게 조절되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양상을 보일 경우 즉시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통증의 위치가 어깨나 팔로 방사되거나(신경 침범), 국소적으로 뼈를 누를 때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암 전이 가능성을 의심해야 합니다.
침묵하는 폐, 조기 검진만이 최선의 방어책
폐 자체에 통증 수용체가 없다는 사실은 폐암 예방 및 관리에 있어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통증이라는 강력한 경고 신호 없이 암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폐암 발생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은 통증 유무와 관계없이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현재 국가 암 검진 사업에서는 54세부터 74세까지의 남녀 중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2년마다 저선량 흉부 CT 검진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저선량 흉부 CT는 일반 X-ray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초기 단계의 작은 폐 결절까지도 잡아낼 수 있어 폐암 생존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2023년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위험군에서 저선량 CT를 정기적으로 시행했을 때 폐암 사망률을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따라서 흡연자나 간접흡연 노출이 잦은 사람, 석면 등 유해 물질에 노출된 직업군은 주저하지 말고 정기 검진을 통해 폐 건강을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폐는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 중 하나이지만, 통증 수용체의 부재로 인해 질병의 초기 신호를 스스로 감지하기 어렵습니다. 폐암 통증은 암이 주변의 민감한 조직을 침범했다는 늦은 경고 신호로, 통증이 발생하기 전에 질병을 발견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따라서 고위험군은 정기적인 저선량 흉부 CT 검진을 통해 폐의 침묵을 깨고 건강을 지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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