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사람들이 협력하여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고 있다.※AI 제작 이미지
사회적경제에서 사회연대경제로의 전환, 시대적 필연이다
오늘날 우리는 기후 위기, 극심한 양극화, 민주주의의 위기 등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기존 성장 중심의 경제 시스템은 이러한 전 지구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고, 사회적 가치와 시장 효율성 사이의 끊임없는 갈등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단순히 기존 체제를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사회 시스템 전반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사회연대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사회적경제의 한계, 전환의 당위성을 말하다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는 양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수많은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이 설립됐고, 일자리 창출과 사회 서비스 제공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특히 취약 계층 고용 확대와 지역 사회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성장의 이면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꾸준히 제기됐다. 시장경제의 효율성과 경쟁 논리 속에서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혁신적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기 어려웠다. 정부 지원에 대한 높은 의존성, 자립을 위한 재정적 압박은 사회적 가치 실현과 이윤 추구 사이의 딜레마를 심화시켰다. ‘미션 드리프트’ 현상처럼, 본래의 사회적 목적이 희석되거나 정부 지원금 확보를 위한 외형 성장에 치중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나타났다.
사회적경제의 성과 평가가 주로 고용률이나 매출액 같은 경제적 지표에만 집중되면서, 근본적인 불평등 해소나 사회 구조적 문제 해결이라는 본래의 목적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경향도 보였다. 사회적경제 금융 역시 초기 지향점과 달리 상업적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변모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는 사회적경제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부분적 보완재’ 역할에 머물며,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에는 한계를 보인다는 인식을 확산시켰고,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양극화나 기후 위기 같은 거대 담론에 대한 기여도가 미미하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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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흐름과 사회연대경제의 새로운 비전
세계는 지금 기후 위기, 심화되는 불평등, 민주주의의 약화 등 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기존 성장 위주 자본주의 모델로는 해결 불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유엔(UN)과 국제노동기구(ILO)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의 핵심 동력으로 사회연대경제(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SSE)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ILO는 2022년 국제노동총회에서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하며 그 잠재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대한 강력한 대안으로 사회연대경제가 부상했다.
사회연대경제는 특정 조직 형태에 국한되지 않는다. 생산, 분배, 소비, 금융, 돌봄, 에너지, 주거 등 경제 활동 전반을 연대와 호혜, 민주적 거버넌스, 생태적 지속가능성이라는 핵심 가치 위에 재구성하려는 시도다. 이는 시장의 효율성 논리와 국가의 통제에서 벗어나 지역 공동체와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상호 의존적이고 포용적인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본의 논리가 아닌 사람과 지구를 우선하며, ‘공동자원(Commons)’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물, 토지, 지식, 데이터 등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자원을 민주적으로 관리하고 공유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는 자원의 사유화와 무분별한 착취를 지양하며, 공동의 번영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독일의 슈나이딕(Schönau) 주민 발전소처럼 주민이 출자하여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수익을 공동체에 환원하는 사례나, 로컬푸드 시스템, 주거 협동조합, 윤리적 금융 기관의 활동 등 다양한 실천 방안이 사회연대경제의 핵심 요소로 부각됐다. 사회연대경제는 단순히 경제적 효율성을 넘어 사회적 공정성과 생태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하며, 지역의 자율성과 자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물과 같은 공공재를 보편적 권리로 인식하며, 근본적인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 전체의 복리 증진을 추구하는 진화된 형태다.

사회연대경제로의 전환, 법적 토대와 다각적 노력이 시급하다
우리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의 이면에 소득 불평등 심화와 사회 갈등 증가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최근에는 인구 감소와 기후 위기까지 새로운 현안으로 대두하며 효과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프랑스와 스페인 등 여러 국가가 불평등 감소와 사회통합의 대안으로 사회연대경제에 주목하며 관련 법률을 이미 제정하여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제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사회적기업 육성법」, 「협동조합 기본법」 등을 통해 사회연대조직을 지원해왔고, 2024년 6월 10일 발표된 정부의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도 긍정적 요소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개별법 체계는 법 간 중복과 충돌을 야기하며 체계적인 지원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파편적인 법률 체계를 넘어 사회연대경제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 지원 기반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주목받는다. 2025년 9월 5일 정태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회연대경제기본법안’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다양한 사회연대경제 조직을 포괄하는 공통의 법적 토대를 마련하고, 체계적인 정책 수립과 시행을 통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하며, 사회통합과 국민경제의 균형 발전에 기여할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기본법 제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정한 사회연대경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생태계 전반의 자율성과 연대성을 강화할 추가적인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교육 시스템에 연대와 협동의 가치를 포함하고, 지역 단위의 실험과 혁신을 적극 지원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전개돼야 한다. 또한 공공 조달 시스템에서 사회연대경제 조직의 참여를 확대하고, 전용 금융 상품을 개발하는 등 실질적인 정책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시민들의 인식을 높이고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캠페인과 교육 프로그램 역시 필수적이다.
사회연대경제, 새로운 미래를 여는 초석
사회연대경제로의 전환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시대적 과제이자, 단순히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것을 넘어 연대와 협동에 기반한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이에 정부, 시민사회, 학계, 그리고 책임 있는 기업 모두가 심도 깊은 논의와 적극적인 실천에 나서야 한다. 사회연대경제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기후 위기, 양극화, 공동체 해체와 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더 정의롭고 포용적이며 생태적인 미래를 여는 초석이 될 것이며, 우리 사회의 가치와 삶의 방식을 재구성하는 거대한 전환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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