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항생제는 ‘슈퍼 박테리아’를 키우는 위험
“선생님, 며칠째 목이 아프고 열이 나는데, 독한 항생제 좀 처방해주세요.”
매년 겨울, 진료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요청입니다. 기침과 콧물, 미열로 고통받는 환자들은 흔히 자신의 증상을 빠르게 완화하기 위해 ‘세균을 죽이는 강력한 약’인 항생제를 기대합니다. 그러나 의사의 진단 결과가 단순한 감기, 즉 바이러스 감염이라면 항생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같은 항생제 오남용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슈퍼 박테리아’ 시대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치명적인 경고가 의료계 전반에서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항생제는 세균(박테리아)을 표적으로 삼아 그들의 생존을 막는 약물입니다. 바이러스는 세균과 전혀 다른 생명체 구조를 가지고 있어, 항생제는 바이러스에 대해 무력합니다. 감기에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은 2차 세균 감염 예방이라는 극히 제한적인 목적 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이는 전 세계적인 공중 보건 위협인 항생제 내성(AMR, Antimicrobial Resistance) 문제를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우리는 지금, 가장 흔한 질병 치료 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항생제가 바이러스에 무력한 과학적 이유
항생제는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한 이래 인류의 수명을 비약적으로 늘린 기적의 약물로 불립니다. 그러나 항생제의 작용 기전을 이해하면 왜 감기나 독감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에 소용이 없는지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세균은 스스로 대사 활동을 하고 세포벽을 가진 단세포 생물입니다. 항생제는 주로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방해하거나, 세균의 단백질 합성 또는 DNA 복제를 막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반면, 바이러스는 스스로 증식할 수 없어 숙주 세포에 침투해 그 세포의 복제 시스템을 이용해 증식하는 비세포성 감염체입니다. 바이러스는 세균이 가진 세포벽이나 대사 경로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항생제가 공격할 표적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항생제를 바이러스 감염에 사용하는 것은 마치 칼로 물을 베려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약물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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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환자의 오해와 의사의 딜레마
대부분의 감기는 리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 200여 종의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합니다. 이 경우, 치료는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 그리고 해열제나 진통제 같은 대증 요법이 전부입니다. 항생제는 감기 증상을 전혀 개선시키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가 ‘빨리 낫고 싶다’는 조급함 때문에 항생제 처방을 요구합니다. 일부 의사들은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거나, 혹시 모를 2차 세균 감염(예: 세균성 폐렴, 중이염 등)을 미리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항생제를 처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예방적 항생제 사용’이 오히려 내성균 발생의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합니다. 2차 감염이 의심될 때만 신중하게 사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은 우리 몸에 이로운 정상 세균총마저 파괴하여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내성균이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게 됩니다. 이러한 항생제 오남용의 악순환은 공중 보건에 심각한 위협이 됐습니다.

항생제 오남용이 부른 ‘슈퍼 박테리아’ 시대
항생제 내성은 특정 항생제에 노출된 세균이 살아남아 진화하여 해당 항생제의 공격을 견뎌내는 능력을 갖게 되는 현상입니다. 이 내성균, 즉 ‘슈퍼 박테리아’는 현재 사용 가능한 거의 모든 항생제에 저항성을 가지며, 일단 감염되면 치료가 극도로 어려워집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을 인류가 직면한 10대 글로벌 보건 위협 중 하나로 규정했습니다. 현재 추세대로 항생제 오남용이 지속된다면, 2050년에는 항생제 내성균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암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충격적인 예측이 나왔습니다. 이는 단순한 질병 문제가 아니라, 현대 의학의 근간을 뒤흔드는 문제입니다. 간단한 수술이나 경미한 상처 치료조차 치명적인 위험을 안게 되는 ‘항생제 이전 시대’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책임 있는 항생제 사용을 위한 인식 전환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 전문가와 일반 대중 모두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수적입니다. 의료기관은 감기 등 바이러스성 질환에 대한 항생제 처방을 엄격히 제한하고, 환자들에게 항생제의 올바른 사용법과 내성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교육해야 합니다.
환자들 역시 항생제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의사가 항생제 처방을 하지 않을 경우, 이는 의사가 환자의 증상이 바이러스성임을 정확히 진단하고 불필요한 약물 사용을 막으려는 책임감 있는 행동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항생제는 세균 감염이 명확히 진단됐을 때만, 의사가 지시한 용량과 기간을 철저히 지켜 복용해야 합니다. 증상이 호전됐다고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면, 살아남은 세균들이 내성을 키울 기회를 제공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항생제 오남용을 막는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인류를 슈퍼 박테리아의 위협으로부터 지켜내는 중요한 방어선이 됩니다.
감기는 자연 치유되는 질환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증상이 심해지거나 며칠 이상 지속될 경우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 세균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항생제는 생명을 구하는 귀한 약이며, 그 효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할 때만 아껴 써야 합니다. 우리 모두의 올바른 지식과 책임 있는 행동이 항생제 오남용을 막고, 미래 세대에게도 이 기적의 약물을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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